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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바위

작성일
2015.12.14 15:16
등록자
관리자
조회수
2884

- 상사(想思)바위에 얽힌 전설 내용

무안군 일로읍 소재지에서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진 곳에 청호리(靑湖里) 우비마을이 있으며 이 마을에서 영산강변 쪽으로 우뚝 서 있는 바위 한 쌍이 있는데 이 바위를 상사(相思)바위라 부릅니다. 백제시대 영산강변에 위치한 우비마을에는 황씨(黃氏) 80여 호가 자작일촌을 이루며 어업을 주업으로 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이 마을 제일 부잣집인 황씨 슬하에는 외동딸이 있었습니다. 황 부잣집 외동딸은 미모가 뛰어나고, 얌전하여 소문이 자자한 낭자(娘子)였습니다.

어느 날 황 낭자는 영산강으로 굴을 따러 갔습니다. 때가 마침 봄인지라 온 산야에는 불타듯이 진달래, 복사꽃이 피어나고 노고지리는 아지랑이 속에서 즐거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길게 뻗은 강변에 수없이 풀꽃이 피어나 훈풍에 나부끼고 노랑나비 흰나비는 제 세상을 만난 양 너울거리고 있었습니다.

“하! 아름답다.” 집안에서 가사만 돌보다 강변에 나오니 별천지에서 이는 듯 마음이 부풀었습니다. 한동안을 강둑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전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 강가 바위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굴을 따기 시작했습니다. 조쇠(鳥金)를 움직일 때마다 먹음직스러운 굴 덩이가 찍혀 나왔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굴을 상에 올릴 것을 생각하니 신바람이 났습니다. 바구니 가득히 굴을 땄으나 더욱 욕심이 생겼습니다.

“야! 저 바위에 붙어 있는 굴은 참 소담스럽구나.” 바로 물위에 솟아 잇는 큰 바위에 다닥다닥 붙은 굴을 보자 꼭 따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어났습니다. 황 낭자는 조심조심 바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바위에 이끼가 끼어 황낭자의 등정을 허락지 않았습니다.

“으악!” 하는 외마디 비명을 남기고 한 쪽 발이 이끼에 미끄러지면서 황 낭자는 넘실거리는 푸른 강물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습니다. 황 낭자는 따스한 온기가 자기 몸에 땋는 것을 느꼈습니다. 살포시 눈을 뜨자 깜짝 놀랐습니다. 황 낭자 주위에는 숯불이 이글이글 타고 있고 그의 곁에서 준수한 한 총각이 근심 띤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제야 정신이 드셨군요.” 총각의 눈에서는 빛이 나고 그의 얼굴은 금세 환해졌습니다. 총각은 의아해 하는 황 낭자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습니다. 총각은 이웃 마을인 각골에 사는 추씨(秋氏) 자제인데 강변에 산책을 나왔다가 갑자기 여인의 비명이 있어 달려와 보니 낭자가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어 옷을 입은 채 구해냈을 때는 이미 혼수상태에 있었으며, 이곳까지 안고 와서 뱃속의 물을 토하게 한 후 불을 피워 젖은 옷을 말리게 했노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천지신명의 도우심으로 다행히 갱생하셨습니다.” 황 낭자는 추씨 총각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자 부끄럽기도 하고 너무나도 감사함과 감격으로 흐르는 눈물에 목이 메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홍조 띤 황 낭자의 볼에는 수정 같은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습니다. “사람이 당연히 행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과분한 말씀을 하시니 오히려 제가 부끄럽습니다.” 추씨 총각의 의연하고 겸손함에 그의 모습은 더욱 당당하게 돋보였습니다.

휘영청 강을 달이 푸른 하늘에서 마음껏 빛을 발하며 더 있고 황금물결로 살랑거리는 들녘 끝은 망사휘장을 내린 듯이 아스라이 아른거립니다. 찰랑거리며 조용히 속삭이는 강 물결소리, 온 밤을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 그것들에 묻혀 오늘밤도 추씨 총각과 황 낭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황 낭자! 보름이면 돌아오겠지만 그 동안이라도 황 낭자와 떨어져 지낼 것을 생각하니 떠날 생각이 없구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황 낭자와 꾸릴 장래의 우리 가정을 생각하면 황 낭자가 보고 싶은 것도 인내해야겠다고 다짐했소. 꼭 배에 넘치도록 고기를 잡아 돌아오겠소.” “고기잡이 가는 서해바다 파도가 영산강에 비해 훨씬 물이기는 하지만, 배가 크고 승선하는 다섯 선원 모두가 어장 경험이 많기 때문에 바다에서 일어나는 어려움은 충분히 이겨낼 것이요.” “부디 무사히 만선으로 돌아오셔요. 돌아오실 그날까지 천지신명께 안녕을 빌게요.” “고맙소, 낭자. 벌써 동이 터 오오. 그만 들어갑시다.” 아침이 오자 추씨 총각이 탄 어선은 마을 사람들의 환송을 받으며 굽이굽이 영산강을 따라 미끄러지듯이 내려갔습니다. 황 낭자는 마을 사람들 속에 섞여 추씨 총각의 늠름한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습니다. 황 낭자는 밤마다 목욕재계하고 정화수를 떠 놓고 천지신명께 무사귀환을 축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다려도 기다려도 기쁜 소식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날이 갈수록 초조감만 더해 갔고 얼굴도 수척해 갔습니다. 추씨 총각이 떠난 지 34일이 되던 어느 날, 추씨 총각이 탄 배를 수소문하기 위해 떠났던 각골 사람이 마을로 돌아왔을 때 온 동네는 울음바다로 변해버렸습니다. 만선을 꿈꾸며 떠났던 배가 서해바다에서 조업을 하던 중 큰 태풍을 만나 뒤집혀 모두 몰사를 했다는 전갈이 왔기 때문입니다.

황 낭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깨어나서도 그녀는 식음을 전폐하고 매일같이 강변바위에 나가 울며 지냈습니다. 추씨 총각이 탄 배가 당장이라도 안개를 헤치고 다가오는 듯한 환영은 그녀를 더욱 슬프게 하고 그리움만 더해갔습니다. 어느 늦은 가을 이었습니다. 맑던 하늘이 갑자기 검은 구름으로 뒤덮여 온 천지는 암흑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먹구름 속에서 발원한 번갯불의 섬광이 낭자가 서 있는 바위 밑에 비치더니 -쿠르르릉 꽝~! -따다다당! 천지를 진동하는 천둥이 울렸습니다. 동시에 강물 위에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더니 그 속에서 큰 구렁이 한 마리가 나타나 황 낭자를 감고 유유히 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뛰어나온 황 낭자 부모들이 강변에 이르자 두 마리의 큰 구렁이가 물 속에서 나타나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렸으며, 구경나온 마을 사람들이 강둑을 에워싸고 있는데도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태연하게 서로의 몸을 칭칭 감고 풀 줄 몰랐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두 남녀의 혼신임을 알고 혼례식을 거행하니 그 때야 구렁이는 몸을 풀고 황낭자의 부모를 향해 인사를 한 후 물 속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못다 이룬 두 남녀의 사랑을 애틋하게 여겨 이 바위를 상사(相思)바위라고 불렀으며, 이 바위는 일로읍 청호리 영산강변에 있습니다. 황 규수와 추씨 총각이 살던 우비마을과 각골은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일부는 폐허가 되었고 지금도 그 터에 가면 대나무가 덮여있어 바람만 불면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속삭이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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